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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노동[지금 현장은] 쿠팡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려면? 물류 공공성을 통해 접근하기

편집부
2026-05-06
조회수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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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노동당은 녹색당, 정의당, 노동권연구소, 참세상연구소와 공동 주최로 <물류산업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토론회는 쿠팡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반복되는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쿠팡의 물류 체계를 이해하고 물류산업 정책 차원에서 쿠팡의 물류 체계에 개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이 글은 위의 토론회에 제출된 발제문 중 「인프라로서의 플랫폼을 공공화하기: 공적 물류 체계 구축을 위한 고려사항들」 에서 물류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물류 체계를 내부화한 독점 플랫폼 기업 쿠팡은 공공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물류 공공성의 관점에서 공적 물류체계를 구축해나갈 때 쿠팡의 물류를 공적 물류 체계의 규범 하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유화된 공공 인프라’ 쿠팡

작년 말 쿠팡의 개인정보유출사태 이후 한국 정부는 기존에 재벌들을 관리하던 방식대로 사정기관들을 동원하여 쿠팡을 길들이려고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고, 이는 오히려 미국 집권 세력의 반발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물론 쿠팡의 실질적 소유주가 미국인이고 쿠팡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을 했다는 특수성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 이는 독점 플랫폼 기업이 갖는 사회에서 갖는 힘, 바꿔 말해 한국 사회의 쿠팡에 대한 의존성은 이제 개별 국가 권력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쿠팡은 플랫폼 이용자 데이터를 매개로 온라인 플랫폼과 물류 체계를 결합하여 사용자들에게 높은 효용(특정 상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장 빠르게 배송) 제공하면서 더 많은 플랫폼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게 되었고, 그 결과 쿠팡은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면서 사회적으로 거래 인프라이자 유통 인프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데이터의 집중과 물류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에 기반하여 ‘사유화된 공공 인프라’로 자리매김한 플랫폼 기업 쿠팡은 더 이상 단순한 시장 중개자가 아니라 사회를 조직하는 인프라(“platform-as-infrastructures”)가 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온갖 공권력을 동원하여 쿠팡을 통제하는 데에 실패한 것은 독점 플랫폼 기업 쿠팡의 유통망과 물류망이 이미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년 말의 쿠팡 사태는 단지 쿠팡 소유주 김범석에게 어떻게 개인정보유출, 산재은폐라는 범죄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이에 우리는 쿠팡 사태를 경유하여 독점 플랫폼 기업이 공공 인프라를 사적으로 소유하고 통제해도 되는 것인지, 나아가 이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질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공적 물류체계 구축을 통해 쿠팡의 물류에 개입하기

쿠팡이 공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쿠팡이 거래 플랫폼과 물류 체계를 수직적으로 통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팡이라는 공공 인프라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소매시장에서의 독점 뿐아니라 쿠팡의 독자적인 물류 체계에 대한 공공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때 물류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은 쿠팡의 물류 체계를 공적으로 통제하는 핵심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 물류 공공성의 관점에서 탄소배출 절감, 물류 데이터 공유, 물류 공동화 등을 추진하여 공적 물류 체계를 강화할 경우 쿠팡의 물류망은 공적 물류 체계가 제시하는 규범 속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물류 공공성의 관점에서 사회적인 차원에서 물류를 재조직하여 물류의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이미 해외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장에서 개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물류를 운영하면 개별 기업들의 물류 효율성은 개선될 수 있을지언정 사회 전체적인 물류 효율성은 감소하며,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물건 10개를 보낼 때 차량 10대가 각각 1개의 물건을 싣고 가는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여러 물류 주체들이 물류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공동 물류시설(공동 배송시설, 공동 배송차량 등)을 활용할 경우 사회적으로 물류 효율성이 높아지고 탄소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도시 정책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한데, 물류시설을 통합 운영하면 도심 교통량이 줄어들고 물류시설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물류의 재조직화와 지속가능성 증진은 공적 주체의 개입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유럽 등지에서는 국가 혹은 도시 차원에서, 아니면 국가‧도시 간 협력을 통해 물류 데이터의 공동 활용, 물류 시설의 공동 이용 등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화된 물류 체계가 야기하는 사회적 비효율은 이미 국가 수준의 물류 정책에서의 주된 고려사항이어서 한국에서도 몇몇 지자체에서 물류 공동화 정책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 민간에 위탁하여 공동 물류센터를 운영하거나 개별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물류 공공성은 공공성이라는 가치, 공적인 소유(주체), 그리고 공적인 절차(과정) 세 가지 차원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물류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효율성이라는 기치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물류 공공성의 흐름은 물류 공공성 세 가지의 차원을 모두 포함하는 것일 수도(e.g. 공공에 의해 운영‧관리되는 공동물류시설), 혹은 특정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일 수도(e.g. 개별 물류기업들이 수집‧관리하는 물류데이터의 개방과 공유 및 이에 대한 관리 방식의 공적인 결정) 있다. 어떠한 차원에서든,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든 물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미 이를 위한 시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물류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독점 플랫폼 기업 쿠팡을 사회적으로 통제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류 산업의 측면에서 그 구체적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유화된 공공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흐름을 만들어가자.

 

<토론회 자료집 보기https://bit.ly/48Ks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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